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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소식

개의 사과, 진심일까 연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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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반려견을 집에 두고 오랜만의 외출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 순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는 반려견의 모습 뒤로 펼쳐진 엉망진창이 된 집안을 보고 경악한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마중 나온 반려견에게 큰소리로 혼을 내면 이내 반려견은 등을 잔뜩 구부리고 꼬리를 배 쪽으로 넣고 고개를 숙이며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하는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 오늘도 결국 반려견을 용서하고 만다. 하지만 정말 반려견이 죄책감을 느끼고 진심으로 나에게 사과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안한 척 연기를 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의 '미안한 표정'은 진화의 결과물이다.

 

콜로라도 대학교의 생태 및 진화생물학 교수인 동물행동학자 Marc Bekoff(마크 베코프)는 강아지들의 이러한 인지 행동에 대한 해답을 늑대들에게서 찾아냈다. 그는 반려인이 화를 내거나 혼을 낼 때, 불쌍한 척하는 반려견들의 모습은 정교한 동물들의 무리생활 진화 과정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늑대들은 청소년기가 되면 무리에 합류해 집단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늑대들은 새로운 구성원을 무리로 받아들일 때 레슬링 같은 몸싸움을 통해 서로 간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행위는 무리의 기존 구성원인 늑대들과 새롭게 무리에 합류하고자 하는 어린 늑대 사이의 신뢰를 쌓고 어린 늑대가 새로운 무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또한 무리의 구성원이 된 이후에도 서로 간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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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사과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중요한 과정이니 만큼 레슬링에는 여러 규칙들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상대를 너무 세게 물어서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혀서는 안되며, 혹시 상대가 상처를 입었다면 꼭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적절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무리는 그 늑대를 다시 구성원으로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야생에서 무리생활을 하며 집단 사냥으로 먹이를 구하는 늑대들에게 무리에서 버려진다는 것은 결국 사망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잘못을 한 늑대는 곧바로 사과 인사(Apology Bow, 우리 강아지가 잘못했을 때 나에게 보여주는 바로 그 행동!)을 통해 상처 입은 상대와 무리의 다른 구성원 모두에게 사과를 한다.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무리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사과를 함으로써 다시 구성원이 되는 이 과정은 늑대들에게 매우 중요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화가 난 내가 무서워 눈치를 보는 줄 알았던 행동은 사실은 그들의 먼 조상으로부터 전해내려 온 아주 정중한 사과의 표현이며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뜻도 담겨있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앞으로 반려견이 나에게 사과 인사를 한다면 아무리 화가 나도 무시하지 말고 너그럽게 사과를 받아주도록 하자. 늑대들도 다른 늑대가 사과를 하면 절대 무시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주니 말이다.



개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방법



반려견들도 잘못과 사과의 개념을 안다. 그렇다면 만약 반려견과 신나게 놀던 중 실수로 반려견의 발을 세게 밟는다면, 나는 아파서 낑낑거리고 있는 반려견에게 어떤 방법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걸까? 반려견이 사과를 하는 것처럼 바닥에 엎드려 등을 말고 턱을 당겨 불쌍한 표정을 짓거나 드러누워 배를 보여줘야 하는 걸까?


많은 애견훈련사들은 강아지에게 고통을 주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간식 같은 보상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강아지들은 고통과 간식 보상 간에 좋지 못한 인식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간식이나 보상을 주지 말고, 일단은 아파하는 강아지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후 가만히 반려견을 바라보며 진정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게 좋다고 한다. 잠시 후 반려견이 진정되면 다가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사과하며 안심을 시키며, 혹시 다른 상처 나 부상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간식을 주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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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의 반려견은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얼굴이 벌게진 나를 보며 미안하다는 사과의 인사를 보낸다. 이 순간 개의 사과는 연기가 아닌 진심이다. 하지만 반려견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고 해서 같은 사고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자. 개들은 집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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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육대학교 행동과학 연구소 김은지 박사

동물들과 진정한 공존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동물의 행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골든 레트리버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본 기사는 (사)한국애견협회와 공동기획하에 작성되었습니다.